
📌 무슨 일이 일어났나
AI 에이전트 SaaS 대체론이 월가를 뒤흔들고 있어요. 2월 22일, 미국 투자 리서치 기관 시트리니 리서치(Citrini Research)가 ‘2028 글로벌 지능 위기(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사태가 시작됐어요. AI 에이전트가 기존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대규모 실업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올 수 있다는 경고였죠.
바로 다음 날인 2월 23일, 도화선에 불이 붙었어요. AI 기업 앤스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가 IBM (아이비엠)의 핵심 사업 영역을 AI 에이전트로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한때 IT 산업의 상징이었던 IBM 주가가 하루 만에 13.2% 폭락했어요. 약 310억 달러(약 41조 원)의 시가총액이 단 하루 만에 증발한 거예요. ‘레거시(전통 시스템)의 종말’이라는 공포가 뉴욕 증시를 덮친 순간이었죠.

그런데 이 공포는 IBM에서 멈추지 않았어요. 3월 2일 현재, 클라우드 보안 기업 ZS (지스케일러)가 하루 만에 12.17% 급락하며 거래량이 평소의 4.7배로 폭증했어요. 협업 도구의 대명사 TEAM (아틀라시안)은 5.41%, 클라우드 모니터링의 강자 DDOG (데이터독)은 3.86%, HR 소프트웨어 선두주자 WDAY (워크데이)는 3.85%, 반도체 설계 자동화 기업 SNPS (시놉시스)는 2.82% 하락했어요. 보안에서 DevOps(개발·운영 통합), 협업 도구, 인사관리까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전 영역으로 매도세가 번진 거예요.

CRM (세일즈포스)은 2.35%, NOW (서비스나우)는 1.18%, CTSH (코그니전트)는 0.83% 하락했어요. 시장 전체를 보면 나스닥이 0.92%, S&P 500이 0.43%, 다우가 1.05% 내렸는데, SaaS 종목들의 낙폭은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돌았어요. VIX(공포지수)가 25.03으로 5.17포인트 급등한 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는 신호예요.
특히 주목할 점은, 같은 날 중동에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고조되면서 WTI 유가가 8.91%, 금값이 3.73% 폭등하는 ‘리스크 오프’ 장세가 펼쳐졌다는 거예요. 지정학 리스크와 AI 에이전트 SaaS 대체론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공포가 동시에 시장을 덮친 셈인데, SaaS 종목의 급락은 유가나 안전자산 흐름과는 별개의 독립적 움직임을 보였어요. 이건 단순한 센티먼트(시장 심리) 악화가 아니라 구조적 디레이팅(밸류에이션 재평가)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에요.
🔍 AI 에이전트 SaaS 대체론의 구조적 배경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어요. SaaS와 종말(Apocalypse)을 합친 이 단어는, AI 에이전트가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산업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공포를 함축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이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 걸까요?
핵심은 AI의 진화 단계가 바뀌었다는 점이에요. 2023~2024년의 생성형 AI는 주로 ‘질문에 답하는’ 챗봇 수준이었어요. 하지만 2025년 후반부터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에이전틱 AI란 단순한 대화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여러 도구를 조합해 복잡한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AI를 말해요. 이메일을 보내고, 코드를 작성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만드는 일을 하나의 AI 에이전트가 처리하는 세상이 도래한 거죠.
시트리니 리서치 보고서의 핵심 논리는 이래요. 기업과 개인이 지금까지 고객관리(CRM), 인사관리(HRM), 프로젝트 관리, 보안 모니터링 같은 기능을 쓰려면 각각의 SaaS를 구독해야 했어요. 연간 수십만~수백만 달러를 외부 벤더에 지불하는 구조였죠. 그런데 AI 에이전트가 이런 기능을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되면, 기업들이 외부 SaaS 구독을 줄이고 자체 AI 에이전트로 대체할 유인이 생겨요. 보고서는 이를 ‘SaaS에서 AaaS(Agent as a Service)로의 전환’이라고 명명했어요.
‘에이전틱 코딩(Agentic Coding)’의 발전이 이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어요. 앤스로픽의 클로드, 오픈AI의 ChatGPT 같은 AI 도구를 활용하면 기업 내부 개발팀이 기존 SaaS가 제공하던 기능을 직접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요. 연간 수백만 달러의 구독료 대신, 훨씬 적은 비용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내재화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앤스로픽의 클로드가 미국 앱스토어 차트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AI 에이전트 사용이 개발자를 넘어 일반 사용자층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줘요.
거대 자본의 흐름도 이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요. 아마존의 앤디 재시 CEO가 오픈AI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향후 8년간 최대 1,000억 달러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건, 빅테크의 투자 방향이 기존 SaaS 생태계가 아니라 AI 에이전트 기반 애플리케이션 쪽으로 확실히 기울었다는 시그널이에요. 기업·스타트업·소비자 시장 전반에서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기반 상용화가 본격화되는 흐름이죠.
한편, 이 보고서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아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4차 산업혁명 때도 대량 실업이 올 거라 했지만 실제 실업률은 오히려 내려갔다”는 시각이 있어요.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잘 쓰는 사람이 못 쓰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라는 논리예요. 실제로 AI 도입 후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최신 에이전틱 AI를 도입해도 기술은 ‘들쭉날쭉’하며 생산성이 마법처럼 오르지는 않는다는 냉정한 분석도 나오고 있죠.
그럼에도 시장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얇은 껍데기(thin wrapper)”에 불과한 AI SaaS 스타트업, 즉 GPT나 클로드 위에 단순 UI만 씌운 제품은 빠르게 매력을 잃고 있어요. 투자자들의 관심은 진짜 워크플로에 깊이 들어가 있는 제품과, AI 에이전트 인프라 자체를 구축하는 기업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이건 단기 공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치사슬 자체가 재편되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예요.
📊 시장 임팩트 분석
AI 에이전트 대체론의 직격탄을 맞은 종목들을 살펴볼게요. 이번 급락의 특징은 ‘단순히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라, 미래 사업 모델 자체에 대한 의문이 밸류에이션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점이에요. 아래 표는 3월 2일 기준 주요 피해 종목의 현황이에요.
| 종목명(티커) | 현재가 | 시총 | PER | ROE | 영업이익률 | 영향 방향 |
|---|---|---|---|---|---|---|
| Zscaler (ZS) | $146.99 | $27.1B | N/A (적자) | -3.5% | -4.9% | 직접 피해 ↓↓↓ |
| Atlassian (TEAM) | $75.13 | $19.9B | N/A (적자) | -13.3% | -3.2% | 직접 피해 ↓↓ |
| Datadog (DDOG) | $111.96 | $39.5B | 366.49 | 3.2% | -1.3% | 직접 피해 ↓↓ |
| Workday (WDAY) | $133.76 | $40.6B | 28.27 | 14.5% | 13.5% | 직접 피해 ↓↓ |
| Synopsys (SNPS) | $414.00 | $79.3B | 72.00 | 4.6% | 17.7% | 간접 피해 ↓ |
| Salesforce (CRM) | $194.79 | $182.5B | 24.48 | 12.4% | 19.3% | 직접 피해 ↓ |
| ServiceNow (NOW) | $108.01 | $113.0B | 64.63 | 15.4% | 13.7% | 직접 피해 ↓ |
| IBM (IBM) | $240.21 | $225.3B | 21.27 | 36.9% | 15.3% | 직접 피해 ↓ |
| Palo Alto Networks (PANW) | $148.92 | $121.5B | 94.80 | 15.5% | 14.4% | 간접 피해 ↓ |
| Cognizant (CTSH) | $64.43 | $30.8B | 13.82 | 14.8% | 16.1% | 간접 피해 ↓ |
밸류체인 관점에서 피해의 구조를 뜯어보면, 크게 세 가지 층위로 나뉘어요. 첫째는 ‘대체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에요. ZS가 12.17%나 급락한 이유는, AI 에이전트가 네트워크 트래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위협을 자동 탐지·차단하는 기능을 내재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에요. 지스케일러의 핵심인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보안 아키텍처를 AI 에이전트가 직접 구현할 수 있게 되면, 별도의 보안 SaaS 구독이 불필요해질 수 있다는 논리죠. 52주 범위 내 3% 위치까지 떨어진 주가가 시장의 공포를 대변해요.
TEAM은 프로젝트 관리·협업 도구 시장에서 비슷한 위협에 직면해 있어요. 지라(Jira), 컨플루언스(Confluence) 같은 제품은 팀 간 소통과 작업 추적을 돕는 도구인데, AI 에이전트가 작업을 자동으로 분배하고 진행 상황을 추적하며 문서까지 생성한다면 별도 도구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어요. ROE가 -13.3%, 영업이익률이 -3.2%로 이미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 내러티브마저 훼손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요.
둘째 층위는 ‘부분적 대체’ 영역이에요. WDAY는 HR·재무 소프트웨어의 대표 주자인데, 인사관리·세무·급여 처리 같은 정형화된 업무는 AI 에이전트가 상당 부분 자동화할 수 있어요. 다만 WDAY는 PER 28.27배, ROE 14.5%, 영업이익률 13.5%로 표에서 가장 건전한 펀더멘탈을 보이고 있어서, 대체론의 현실화 속도에 따라 반등 여지도 있는 종목이에요. DDOG은 클라우드 인프라 모니터링 분야에서 PER이 366배에 달하는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을 받아왔는데, AI 에이전트가 로그 분석과 이상 탐지를 직접 수행할 수 있다면 이 프리미엄이 정당화되기 어려워져요.
셋째는 ‘방어력이 있는’ 영역이에요. CRM은 시총 1,825억 달러의 거인인데, 단순 CRM 기능은 대체될 수 있지만 이미 아인슈타인(Einstein) AI를 통해 자체 에이전트 전략을 추진 중이에요. NOW도 마찬가지로 IT 서비스 관리(ITSM) 분야에서 AI를 적극 내재화하고 있어요. 이들은 ‘대체당하는 쪽’이 아니라 ‘에이전트를 품는 쪽’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 이 전환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어요.

반면 수혜 쪽도 분명해요. AI 모델을 직접 만드는 앤스로픽(비상장), 오픈AI(비상장)와, 이들의 모델이 돌아가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3사(AWS·Azure·GCP), 그리고 AI 연산에 필수적인 GPU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이에요. ‘지능(Intelligence)’이 더 이상 희소 자원이 아니게 되면, 지능을 파는 SaaS는 위축되지만 지능을 만드는 인프라는 더 많이 필요해지는 구조예요. 자본이 레거시 소프트웨어에서 AI 에이전트 인프라로 재배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죠.
🇰🇷 한국 시장 영향
글로벌 SaaS 공포는 한국 시장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어요. 달러인덱스(DXY)가 98.55로 0.94포인트 상승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가중되고 있고, 중동 리스크까지 겹치며 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요. 코스피는 글로벌 SaaS 급락과 유가 급등이라는 이중 악재에 노출된 상황이에요.
다만 한국 업계에서는 반론도 나오고 있어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대표들은 “소프트웨어는 죽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요. AI 에이전트가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와 데이터 기반 소프트웨어의 수요를 늘린다는 논리예요. AI 에이전트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결국 잘 설계된 API와 정제된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제조 대기업들은 범용 LLM(거대언어모델) 경쟁 대신 ‘피지컬 AI(Physical AI)’ 특화 전략에 방점을 찍고 있어요. AI 에이전트를 두뇌로 하는 로보틱스와 자율 제조 시스템에 집중하는 전략이에요. 이 대통령도 싱가포르와의 FTA 개선 합의에서 AI와 원전 협력 확대를 핵심 의제로 올렸어요. 글로벌 SaaS 위축이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제조·하드웨어 강점을 살린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에요.
국내 SaaS 기업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예요. 글로벌 SaaS 시장이 위축될 경우 연관 사업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지만, AI 에이전트 기술을 선제적으로 내재화하는 기업은 역으로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 수 있어요. 핵심은 단순 SaaS에 머물 것이냐, AI 에이전트와 공생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냐의 갈림길이에요.
📜 역사적 유사 사례
기술 혁신이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을 뒤흔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가장 직접적인 비교 대상은 2010년대 초반 클라우드 전환기예요. 당시 온프레미스(기업 자체 서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던 기업들—오라클, SAP, 마이크로소프트—은 클라우드 기반 SaaS 기업들의 도전에 직면했어요. CRM이 온프레미스 CRM 시장을 급속히 잠식했고, “소프트웨어의 종말(The End of Software)”이라는 구호까지 등장했죠.
당시 시장의 반응은 오늘날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어요. 온프레미스 기업들의 주가는 수년간 부진했고, PER이 한 자릿수까지 내려간 종목도 있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Azure와 Office 365로 클라우드 전환에 성공하며 시총 1위 기업이 됐고, 오라클도 클라우드 사업부를 키워 살아남았어요. 핵심 교훈은 ‘모든 레거시가 죽는 건 아니다’라는 거예요. 전환에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 사이에 극명한 차이가 나타났죠.
2000년대 중반 모바일 혁명도 참고할 만해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데스크톱 소프트웨어 시장이 크게 위축될 거라는 공포가 있었어요. 실제로 일부 영역(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데스크톱 메신저 등)은 모바일 앱에 완전히 대체됐지만,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은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플랫폼 위에서 오히려 폭발적으로 성장했어요. 파괴와 창조가 동시에 일어난 셈이죠.
더 거시적으로 보면, 산업혁명 이후 모든 기술 혁신기에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 공포가 반복됐어요.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 등장 때마다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이 더 많이 만들어졌어요. 시트리니 리서치 보고서에 대해 “4차 산업혁명 때도 실업률이 내려갔다”는 반론이 나오는 건 이런 역사적 경험에 기반한 거예요.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점도 있어요. 과거 기술 혁신은 주로 블루칼라(생산직) 일자리를 대체했지만, AI 에이전트는 화이트칼라(사무직) 일자리를 직접 겨냥하고 있어요. 인사관리, 세무, 법무, 고객 서비스, 프로그래밍까지 기업의 핵심 사무 기능을 AI가 처리할 수 있게 되면, 과거와 같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충분히 빠르게 일어날지는 미지수예요. 시트리니 보고서가 단순한 공포 마케팅이 아니라 시장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당시 클라우드 전환기에는 PER 재평가(디레이팅)가 약 2~3년에 걸쳐 진행됐고, 이후 전환 성공 기업들의 리레이팅(밸류에이션 회복)은 그보다 빠르게 일어났어요. 오늘날 AI 에이전트發 디레이팅이 비슷한 패턴을 따를지, 아니면 더 급격하고 파괴적일지가 투자자들의 핵심 질문이에요.

🔮 시나리오 분석
AI 에이전트와 레거시 SaaS의 대결은 이제 막 시작됐어요. 향후 전개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살펴볼게요.
Bull 시나리오(낙관적 전개)는 AI 에이전트 대체론이 과장된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예요. 역사적으로 ‘이번에는 다르다’는 주장이 대부분 틀렸듯이, 에이전틱 AI의 실제 도입 속도가 기대보다 느리고, 기업 환경에서의 신뢰성·보안·규정 준수 문제가 발목을 잡는 시나리오예요. 실제로 현장에서는 “AI가 코드를 작성할 수는 있지만 운영 환경에서 신뢰할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 여전히 강해요. 이 경우 현재 52주 최저 부근까지 떨어진 ZS, TEAM, WDAY 같은 종목들은 과매도 반등의 기회가 돼요. 특히 WDAY는 PER 28배, 영업이익률 13.5%로 펀더멘탈이 탄탄해 반등 탄력이 클 수 있어요. 기존 SaaS 기업들이 AI 기능을 성공적으로 내재화하면 오히려 ARPU(가입자당 매출)가 높아지는 ‘업사이클’이 가능하다는 게 이 시나리오의 핵심이에요.
Base 시나리오(가장 가능성 높은 전개)는 점진적 분화예요. AI 에이전트가 일부 SaaS 기능을 대체하되, 모든 영역을 한꺼번에 무너뜨리지는 못하는 경우예요. 단순하고 정형화된 업무(기본적인 보안 모니터링, 단순 프로젝트 추적, 기초 데이터 분석)는 AI 에이전트로 대체되지만, 복잡한 엔터프라이즈 워크플로(대규모 ERP 통합, 규제 대응, 산업 특화 솔루션)는 기존 SaaS가 버텨요. 이 시나리오에서는 ‘깊이가 있는’ 소프트웨어와 ‘얇은 껍데기’ 소프트웨어의 양극화가 심화돼요. CRM과 NOW처럼 깊은 워크플로 통합과 자체 AI 전략을 가진 기업은 살아남고, 차별화 포인트가 약한 기업은 점진적으로 시장을 잃어요. 이 경우 SaaS 섹터 전체의 PER 멀티플은 현재보다 20~30% 하락한 수준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요.
Bear 시나리오(비관적 전개)는 시트리니 리서치의 경고가 현실이 되는 경우예요. AI 에이전트의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면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의 대부분 기능을 대체하고, 이에 따른 대규모 감원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실물 경제까지 타격을 입는 시나리오예요. 보고서가 경고한 ‘유령 GDP(Ghost GDP)’—AI가 생산성은 높이지만 고용과 소비는 줄여 GDP 성장률과 실질 경제 체감 사이에 괴리가 벌어지는 현상—가 현실화되는 거죠. 이 경우 SaaS 종목들은 추가로 40~60% 하락할 수 있고, 미국 은행주까지 사모 신용대출 부실 우려와 AI發 감원 리스크가 겹치며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충격이 전염돼요. 실제로 미국 은행주가 5% 급락한 것은 이 시나리오의 초기 징후일 수 있어요. 중동 지정학 리스크로 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 물가 상방 압력까지 더해져, AI 디레이팅과 스태그플레이션이 동시에 오는 최악의 조합이 만들어질 수 있어요.
세 시나리오 모두에서 공통적인 점이 있어요. AI 인프라(GPU, 클라우드 컴퓨팅, AI 모델 기업)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한다는 거예요. 차이는 레거시 SaaS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광범위하게 대체되느냐에 있어요. 투자 지도의 재편은 이미 시작됐고, 속도와 범위만이 변수예요.
🎯 결론: 앞으로 지켜볼 포인트
AI 에이전트發 SaaS 디레이팅은 이제 1라운드를 지나고 있어요. IBM 13.2% 폭락으로 시작된 충격파가 ZS, TEAM, DDOG, WDAY까지 번지면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진행 중이에요. 이 흐름의 향방을 가늠하려면 몇 가지 핵심 시그널을 주시해야 해요.
우선 주요 SaaS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가이던스가 결정적이에요. CRM, NOW, WDAY 등이 차기 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AI 에이전트로 인한 고객 이탈이나 구독 갱신율 하락이 실제로 나타나는지가 핵심이에요. 만약 실적이 견조하다면 현재의 공포가 과도했다는 반증이 되고, 반대로 가이던스 하향이 나오면 디레이팅은 가속될 거예요.
다음으로 AI 에이전트의 엔터프라이즈 도입 속도를 지켜봐야 해요. 앤스로픽, 오픈AI, 구글 등이 기업용 AI 에이전트 제품을 얼마나 빠르게 출시하고, 실제 대기업들이 기존 SaaS 계약을 해지하고 AI 에이전트로 전환하는 사례가 나오는지가 중요해요. 현재까지는 대부분 파일럿(시범 도입) 단계이지만, 본격적인 대규모 전환 사례가 등장하면 시장의 공포는 확신으로 바뀔 수 있어요.
중동 지정학 변수도 무시할 수 없어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은, AI 디레이팅과 별개로 글로벌 경제 전체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켜요. 두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면 시장 전체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하면서 SaaS 종목의 하락이 더 깊어질 수 있어요. 10년물 국채금리가 3.96%로 소폭 하락한 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반영하지만, 유가 급등이 지속되면 이 흐름도 바뀔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시트리니 리서치 보고서의 후속 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이 보고서가 촉발한 ‘사스포칼립스’ 논쟁은 이제 학계, 정책 당국,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확산되고 있어요. 중국 정부가 “AI로 인한 군사 행동 중단”을 촉구하고, 한국 대통령이 AI 협력을 FTA 의제에 올리는 등 AI는 이미 지정학적 변수가 됐어요. 향후 주요국 정부의 AI 규제 방향이나 고용 정책 변화가 나오면, SaaS 디레이팅의 속도와 범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거예요.
확실한 건 하나예요. 소프트웨어 산업의 게임 규칙이 바뀌고 있다는 거예요. ‘지능’이 희소 자원이던 시대에는 지능을 패키징해 파는 SaaS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어요.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지능을 범용화시키는 시대에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구독시키는 것만으로는 가치를 정당화하기 어려워져요. 지금 시장이 보여주는 건 이 구조적 전환의 초기 진통이에요. 공포가 과도한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변화의 방향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여요.